-금천구 수어통역센터 수어활동가 인터뷰

금천구 수어통역센터 수어활동가 (왼쪽부터) 김은선, 김은전, 진재옥씨- "사랑합니다,"라는 수어를 하고 있다.
"고맙습니다."라는 수어: 손등 위에 90도 각도로 다른 손을 세워 살짝 부딪히면 된다.

 

만약 서울대에 수어학과나 수어교육과가 생긴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뀔까? 한참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수어는 보편화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독산2동 신일교회 1층에 위치한 지혜의숲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수어배우기에 한참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총 4차시로 진행되는 지혜의숲 수어교실, 이 곳에서 금천구수어통역센터 수어활동가 세 분을 만나 천진난만한 수어사랑에 대해 들어봤다.

 

Q.수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8년 해오름작은도서관에서 수어교실을 참여한 후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가 처음 만난 농인은 김태순 수어통역센터장님이다. 수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참여한 우리에게 통역 없이 우리에게 수어를 가르쳐주셨는데 정말 재미있게 가르쳐주셨다. 수어를 잘 몰라도 표정을 보면 대충은 알 수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져서 수어에 빠져들게 됐다. 수어가 너무 재미있고 배우고 싶어서 수어통역센터를 자주 찾아갔다. 2019년에는 마을지기를 하며 시끄러운 손수다라는 모임을 만들어 마을공동체 공모사업도 하고 수어통역센터에서 역지사지라는 수어교실을 진행했을 때 그 수업에 참여해서 배우기도 했다.

 

Q.지혜의숲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어교실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리도 해오름작은도서관에서 수어통역센터 김태순 센터장님의 나눔 기부로 수어를 배웠다. 지혜의숲 작은도서관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ZOOM으로 이영경 선생님이 이끄는 수어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차에 우리도 나눔 수어교실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온 것이라도 아이들에게 나누고자 지혜의숲 작은도서관에서 4차시로 진행하게 됐다.

 

Q.수어를 배운지 3년이 넘었는데 수어를 잘하시겠네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영어를 평생 배워도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실제로 농인을 만났을 때 버벅거리기도 한다.(웃음) 그런데 예전에 비해서는 기초적인 대화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농인을 만났을 때 마음은 편하다. TV에서 나오는 대사를 다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작년부터 ZOOM으로 평일은 매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수어책을 보면서 기본부터 심화까지 쭉~ 훑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면 자꾸 잊어버려서 매일 만나고 있다.

 

Q.수어활동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수어활동가를 목표로 수어를 배운 것은 아니다. 수어에 재미를 느끼고 농인이랑 대화를 하고 싶어 공부하다보니 활동가가 되었다

 금천수어통역센터(http://www.gcdeaf.net/)에서 분기별로 자체 평가를 거쳐 활동가 자격을 부여받는다. 문장을 보고 수어로 하기, 음성을 듣고 수어로 하기, 수어를 보고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등의 테스트를 거친다. 우리가 시험을 잘 봤다고는 생각하지는 않고 (웃음) 2018년부터 수어를 꾸준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자격증을 목표로 수어를 배웠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농인을 만나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추구하는 방향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수어를 할 수 있다면 농인이라는 단어는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면 농인들은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게 된다. 수어를 배우면 장애인식 개선이 따로 필요 없을 수도 있을만큼 좋은 것 같다.

 

Q.수어교실에 온 아이들은 수어를 어려워하지 않나요?

가족이나 주변인이 수어를 쓰는 것을 본 아이들이 와서 그런지 수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즐겁게 배우는 것 같다. 우리도 오늘 수어수업을 처음 해봤는데 처음이라서 쉽고 재미있는 것들 중심으로 가르쳤다. 일상생활에서 농인과 청인이 만났을 경우를 예를 들어서 상황에 맞는 소통법을 알려줬다. 예를 들면, 농인이 물건을 들고 가다 떨어뜨렸는데 모르고 그냥 가는 경우 그 사람이 농인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구 소리를 질러서 부른다. 그래도 농인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어깨를 툭 치면 깜짝 놀란다.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앞에 가서 손을 흔들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 아이들과 상황극으로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Q.수어활동가가 된 뒤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일단 농인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어졌다. 외국어를 못했을 때 외국인을 만나면 두려운 것처럼 농인을 만나면 수어를 못해서 두려운데 간단한 수어는 할 수 있어서 농인을 만나도 대화가 되니 많이 당황하는 때는 없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고맙습니다.”라는 말만이라도 수어로 할 수 있다면 실제 농인을 만났을 때 많이 달라질 것이다. (김은전)

수어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 굳이 문자나 전화를 하지 않아도 간단한 대화는 손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어느 날 버스에 있는 딸을 보고 수어를 했는데 그 옆에 있던 딸 친구가 이제 너희 엄마 말 못하게 된거냐고 물었다고 한다.(웃음) (김은선)

가족들에게 수어교실이나 수업중이라고 하면 서울대 가겠네, 서울대 가겠어라고 한다. (웃음) 처음에는 우리가 매일 밤 수어모임을 하면 가족들은 티비를 보거나 게임을 했는데 요즘은 도전하는 나를 보면서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는 가족들을 본다. (진재옥)

 

Q.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3년간 자격이 부여되는 활동가이지만 그 뒤로도 열심히 수어를 배우고 420일 장애인의 날 기념 이벤트나, 63일 농아인의날, 바자회 등 수어통역센터의 자체 행사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시끄러운 손수다라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도 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지혜의숲 작은도서관에서 수어교실을 처음 해봤는데 앞으로는 다른 도서관에서도 수어교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수어를 가르치고 재미난 활동들을 이어가고 싶다. 코로나19로 제약이 줄어든다면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특히 선거가 두 번 있어 투표소 안내나 행사 안내 등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농인들을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7월에 있는 수어통역사 시험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이 수어통역사는 아니다. 농인들을 만나 수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가장 큰 바람은 코로나로 인한 제약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전에는 금천구 수어통역센터에서 많은 농인들이 작은 활동이라도 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정보를 나누었다. 그런데 농인들끼리만 주고받는 정보라 간혹 틀린 정보도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수어통역센터에서 일자리나 생활 정보를 주고 받았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농인들을 더욱 만나기 어려워졌다. 정부에서 폐쇄지침이 내려오면 농인들은 갈 데가 없어진다.

 

Q.인터뷰를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혼자서 수어를 공부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함께 해준 멤버들이 있어서 의지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김은선) 금천구 수어통역센터 김태순 센터장님께서 농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수어를 배운다는 것은 농인의 문화에 들어가는 과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우리는 농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 중에 있다. (김은전) 수어는 언어의 하나이다. 수어도 차별 없이 동등한 언어의 하나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진재옥)

 

조혜진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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