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1964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지독히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옥희가 기생집 하인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러나 이미 하인이 구해진 상태라 옥희는 기생 견습생이 되길 자청한다. 집주인이자 기생집을 운영하는 은실의 두 딸 월향과 연화도 함께 기생 수업을 받으면서 그들은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특히 둘째 딸 연화와는 단짝이 되어 수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나아간다. 기생이 갖춰야 할 5가지 기예를 배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월향이 일본인 장교 하야시에게 몸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큰 충격에 빠진 월향이 임신까지 하자 평양을 떠나 경성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때 연화와 옥희도 함께 떠나며 이야기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경성에 도착한 그들은 은실의 동생이자 기생인 단이의 보호 아래 평양보다 발달되고 세련된 현대문물을 접하며 경성생활에 순조롭게 녹아든다. 특히 경성에서 연화는 노래를 하고 옥희는 춤을 추며 공연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다. 시대를 잘 만났더라면 유명한 연예인이 되어 부와 명성을 유지하며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희는 가난한 사낭꾼의 아들이자 독립운동에 가담한 정호는 물론 훗날 대단한 사업가가 되는 한철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은실의 여동생 단이는 독립운동을 하는 명보를 적극 돕고, 연화는 돈 많은 유부남을 만나 딸을 낳지만 이혼을 당하고 만다. 그들이 경성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지식층이나 독립운동가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당시의 기생들도 독립운동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소설 속에 호랑이 형님이라는 옛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반갑기도 했다. 정호의 아버지는 어린 호랑이를 만나 죽이지 않고 그냥 보내 준다. 그리고 그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일본 군인들이 사나운 호랑이로부터 위협을 당하자 그들을 구해준다. 일본 장군은 생명의 은인인 그에게 담뱃갑을 선물로 주고, 그는 그것을 아들 정호에게 물려준다. 훗날 정호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담뱃갑 주인을 만나 생명을 구하는 신기한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랬던 정호는 해방 후 어려울 때 도와줬던 친구인 미꾸라지가 누명을 씌워서 사형을 당하고 만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 온 정호였지만, 해방 후 극도로 혼란했던 사회상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암울하고 힘든 일제시대에 기생이 된 옥희가 인연을 맺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에게는 큰 도움을 주고 어떤 사람들로부터는 도움을 받기도 한다. 어려울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정호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순수한 사랑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정호가 가장 우직하고 변함이 없는 인물인데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는 부분에서 너무 안타까웠다. 책을 덮으며 일제시대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우직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양기순 활동가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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